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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홍 : Modern Office Warfare ]
인간은 태고적부터 어느 형태로든 노동을 해왔고, 특히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일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일의 영역이 방대해지고 전문화되어 정교해질 때마다, 회사원에게는 근면성, 효율성, 협조성이 회사원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하는 미덕으로 강요되어왔고, 우리가 이러한 미덕을 통하여 개인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안달나게 사회는 형성되어왔다. 이런 미덕은 단순 관습을 뛰어넘어 사회 문화 속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간보다 수십배, 수백배는 효율적인 AI가 등장함으로써 고작 인간인 우리의 근면성, 효율성, 협조성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비춰질 것이고, 근현대 회사원의 미덕은 점점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이전의 미덕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그저 떠오르는 주류에 밀려나는 비주류의 미약한 아우성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화가 주류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놀이하는 인간’에 대하여 탐구한 요한 하위징어의 [호모 루덴스]에서 가능성을 옅볼 수 있었다.
놀이는 목적성을 띄고, 필요에 의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어디서나 마주하는 역할극은 놀이적 요소를 띄고 있고, 합의가 바탕된 결투 또한 놀이의 요소를 깊게 지니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무실에서 경험하고 행해오던 수많은 행위들 속에서 놀이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놀이’는 ‘일(work)’과 본질적으로 공통점이 매우 많은 것이다. 다만 일에 무게감을 덧붙여 진지하게 만들어버린 근현대 미덕의 프레임과 불필요하게 복잡성이 높아진 체계가 일과 놀이를 부자연스럽게 분리시켜버린 것이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과거의 미덕이 점점 희미해지는 시점이 도래하면 놀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근현대의 미덕은 놀이를 억누르는 정교한 그물망과 같은 존재였지만 어쩌면 AI의 등장으로 근현대 산업화와 얽혀있는 미덕이 걷혀진다면, 인간은 중세시대 기사도정신과 같이 놀이에 기반한 미덕이 통용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AI가 농노처럼 우리의 일의 무게감을 대신 부담해준다면, 개개인은 저마다의 AI를 거느린 영주가 되는 것이고, 우리는 근면 성실 효율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중세 기사도 정신과 같이 명예와 낭만, 그리고 약간의 야만을 추구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품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돌아와 생각을 해보자면, 모두가 저마다의 영주가 된 사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패션을 통하여 인간이 자기 자신을 과시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사무실 속 사람의 손길이 닿는 사물은 점점 과장되고, 과시적으로 변할 수있지 않을까? 사무실 속 개인의 자리는 그의 성채이자 그의 영토가 되는 것이니, 영주로서 군림하는 주인공을 위해 어떤 오브제가 필요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근 미래에 합리성에 기반한 실용주의 제품은 우리 인간보다 AI가 더 잘 디자인하고, 제품 설계까지 저비용 고효율적 결과를 도출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합리성에 기반한 ‘놀이하는 기계’를 만들고 이를 누리는 것은 AI가 흉내내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놀이는 제일 인간다운 행위인 것이고, 유머는 고도화된 두뇌 고유활동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행위를 사랑하는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실험적 전시를 기획하였다.
장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99 1층 XXPRESS
일자: 2026. 3. 10(화)- 3. 22(일)
시간: 12:00- 20:30
후원: 발트루스트
Poster Design by @_s4ryu
Poster Photography by @sujin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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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Poeun-ro, Mapo-gu, Seoul, Republic of Korea